홍익인간(弘益人間), 그리고 재세이화(在世理化)

오늘은 단군왕검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는 개천절이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뜻을 가진 이 날은, 단순한 국경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뿌리와 정체성을 되새기는 의미 깊은 날이다. 환웅이 신단수 아래에서 하늘의 뜻을 열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라는 원대한 이상을 선포한 순간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로 고조선 건국 4358주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다시금 그 정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의 안보 위협과 미국 트럼프의 관세압박, 끊임없는 정쟁(政爭), 경제 불안, 치솟는 부동산 가격, 청년 실업,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 등 숱한 난제가 국민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사회 곳곳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갈등이 증폭되며, 민생은 흔들리고 있다. ‘하늘이 열린 날’의 웅대한 이상과 오늘의 현실은 안타깝게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사회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본질은 단순히 자본이 돈을 굴리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산업, 혁신과 창의에 투자되어야 비로소 자본주의는 생산적이며 지속 가능해진다. 돈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쓰이지 않고, 오로지 부동산과 가상화폐나 주식 등 투기자산만을 키우는 데 집중된다면,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활력을 잃는다. 산업은 쇠퇴하고, 일자리는 줄어들며, 국민은 희망을 잃는다.

우리 선조가 개천절에 새긴 뜻은 분명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정신은 단순한 윤리적 구호가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철학이다. 공정한 기회, 정의로운 제도, 상생의 경제구조가 뿌리내릴 때 비로소 ‘하늘이 열린 날’의 이상은 오늘에 이어질 수 있다.

개천절은 과거의 영광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를 열어가는 날이다. 오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군왕검의 건국이념을 오늘의 사회에 되살리는 것이다. 돈이 인간 위에 군림하는 사회가 아니라, 돈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도구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개인의 탐욕이 아니라 공동체의 번영을 앞세우는 사회를 세우는 것. 그것이야말로 개천절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책무다.

하늘이 열렸던 그날처럼, 우리도 오늘 다시 마음을 열어야 한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개인이 함께 뜻과 의지를 모을 때, 대한민국은 ‘진정 살맛나는 나라’, 나아가 '세계 속에서 존중받는 나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개천절의 정신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구현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진정한 ‘하늘이 열린 날’의 의미다. 미래는 준비된 자의 영광이다.

발행인 겸 대표 김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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