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게 건국인을 빛낸 상을 수여하는 필자
요즘처럼 마음이 고르지 못한 시기를 지나면 누구나 흐트러지고, 때로는 제자리를 잃은 듯한 불안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계절은 언제나 제 몫을 해낸다. 차가운 바람이 잦아들면 어느새 따스한 햇살이 비추고, 그 햇살 아래 새싹과 꽃들은 다시 피어난다. 우리는 그 순환을 믿고 견딜 이유가 있다.
오늘 ‘초상지풍(草上之風)’, 풀은 바람이 부는 곳으로 흔들린다는 고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추슬러 본다. 풀잎이 바람을 이길 수 없듯, 사람 역시 환경과 지도자의 태도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행동이 달라지는 존재다. 그렇기에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아랫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어떤 바람을 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자랑스러운 건국인과 함께하는 필자(좌측 두번째)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맑을 수 없다
사회는 지도자의 성품과 태도에서 깊은 영향을 받는다.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품고,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공동체 전체의 방향이 정해진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인류 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아랫사람의 부족함을 먼저 탓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할까?” “왜 조직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지만 먼저 물어야 한다. “나는 어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가?”
아랫물이 흐리다고 흥분하기 전에, 윗물이 정말 맑았는지를 돌아보는 것. 이것이 지도층이 가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이다. 공자의 대답은 "정치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어느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무도한 백성 하나를 죽여 본보기로 삼으면 통치가 더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공자는 단호히 말했다. “정치를 하면서 어찌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려 하는가? 그대가 먼저 선한 덕을 지니면, 백성은 그 선을 본받게 될 것이다.”
지도자의 덕이 바람이라면, 백성의 덕은 풀이다. 바람이 따뜻하면 풀은 고개를 조아리고, 바람이 거칠면 풀은 고통스럽게 흔들린다. 즉, 지도자의 마음이 바뀌어야만 백성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따뜻한 덕은 사람을 억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풀은 바람이 스치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눕는다. 그처럼 사람의 마음도 억박지름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지도자는 비난보다 포용, 강압보다 설득, 권력보다 덕의 훈풍을 펼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스스로 다가오고 따라온다. 이것이 동양 사상이 강조한 ‘덕치’의 핵심이자, 오늘날의 리더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실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는 것, 이것이 진정한 지도자의 출발점이다.
생각 없는 배움은 이익이 없고, 배움 없는 생각은 고통을 부른다
생각만 많고 배움이 없으면 공허하고, 배움만 있고 생각이 없으면 흔들린다. 그러나 착한 생각으로 배우고, 배운 뒤 제대로 생각하면 그것이 곧 지혜가 된다. 지혜로운 리더는 사람을 억지로 끌지 않는다. 사람 스스로가 따라오고 싶게 만드는 바람을 일으킨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바람은 더 따뜻하고, 더 맑고, 더 품을 넓힌 바람이어야 한다
함께 걸어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서로에게 따뜻한 덕을 펼치고, 스스로 따라오고 싶은 길을 만드는 것, 그 길이 바로 大道, 큰 길이다. 지도층 한 사람의 바람은 풀 한 포기의 향방을 넘어 한 시대의 향기를 결정한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일으켜야 할 바람은 더 따뜻하고, 더 맑고, 더 품을 넓힌 바람이어야 한다.
풀을 생각하며 불어라. 덕의 바람을 불어라. 그리하면 풀은 저절로 그 바람을 따라 누울 것이다.
<박상희 한국농어촌희망재단 이사장/ 건국대학교 총동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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