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공주시의 계룡면 중장리에 있는 폭포이다. 용문폭(龍門瀑)이라고 전한다. 예로부터 갑사구곡의 하나로 유명하다. 용문 지명은 중국 황하(黃河) 중류에 있는 여울목으로서 이무기가 이곳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고 전해지는 용문(龍門)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 계룡산의 품에 안긴 천년의 사색, 갑사에서
계룡산 자락에 깃든 갑사(甲寺)는 그 이름만으로도 천년의 세월과 깊은 숨결을 머금은 듯하다. 천황봉(天皇峯, 846.5m)을 중심으로 연천봉과 삼불봉이 이어지는 능선이 마치 닭 볏을 쓴 용의 형상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계룡산’. 예로부터 산의 기운이 왕기(王氣)로 가득하다 하여 조선의 건국과도 연이 깊은 산, 그 품 안에 자리한 절이 바로 갑사다.
갑사의 역사는 백제 구이신왕 원년(420)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구려에서 온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이 절은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조선시대 숭유억불의 정책 속에서도 유일하게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월인석보(月印釋譜)를 판각한 사찰로 이름을 남겼다. 월인석보는 세종의 월인천강지곡과 세조의 석보상절을 합하여 만든 불경으로, 유교 중심의 조선사회에서 불교가 여전히 정신적 기반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귀한 역사적 유산이다.
그러나 갑사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 역사에만 있지 않다. 계룡산의 수려한 자연과 맞닿은 풍광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끈다. 오래된 느티나무와 노송이 어우러진 숲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다. 특히 가을의 갑사는 단풍이 산을 붉게 물들이며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春麻谷秋甲寺)”라 하여 그 계절의 절경을 노래했다. 비록 단풍의 절정을 약간 놓쳤더라도, 계곡을 타고 흐르는 바람과 낙엽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울림은 그 어떤 화려한 색보다 깊은 여운을 남긴다.
갑사는 봄에는 황매화로도 이름 높다. 전국 최대 규모의 황매화 군락지가 절집을 감싸 안으며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라 한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향기를 품은 꽃들이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수행하듯 고요히 피어나는 풍경, 그것이 바로 갑사의 품격이자 매력일 것이다.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갑사지구 주변에 관광시설 설치공사가 진행 중이다. 집라인, 네트 오르기, 야외 테이블과 벤치 등 새로운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라 한다.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한 시도라지만, 자연의 품격을 해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계룡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 정신의 산실이며 수많은 이들이 고요한 사색을 위해 찾는 공간이다. 다행히 느티나무, 황매화, 목수국 등 식재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니, 전통과 자연, 그리고 현대의 감각이 조화를 이루길 기대해 본다.
계룡산 갑사는 단순한 산사(山寺)가 아니다. 그것은 세속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천년 고찰의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는 세속의 소음을 잠재우고, 우리 마음의 본래 모습을 비춰준다.
언제나 그렇듯, 진정한 여행은 발로 걷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갑사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눈을 감으면,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대자연의 숨결이 우리 내면을 쓰다듬는다. 그것은 마치 세상을 품은 한 송이 황매화처럼, 조용하지만 깊은 감동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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