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머물다가는 월류봉은 금강물줄기와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절경이 아름답다


- 충북 영동의 월류봉(月留峰)

월류봉은 충북 영동의 대표적인 명소로서 깎아지른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아래를 초강천이 휘감아 흐르는 절경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위치한 월류봉 초승달 앞에선 필자


가을빛이 짙어지는 계절,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월류봉(月留峰) 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름 그대로 “달이 머무는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달빛이 절벽 위에 걸려 머무는 듯한 모습에서 유래했다. 높이 약 400m 남짓의 봉우리이지만, 그 품은 깊이는 웬만한 산보다 넉넉하다.

달이 머무는 봉우리 월류봉 절벽 끝에 자리잡은 정자와 맑은 물이 어우러진 풍경



월류봉은 1봉에서 5봉까지 다섯 개의 봉우리가 능선처럼 이어지며, 각각의 봉우리마다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등산객뿐 아니라,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이들 또한 많다. 특히 해질녘, 붉은 노을이 봉우리 끝에 스며들고 달빛이 서서히 드리우는 순간의 풍경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문득, “이곳에 미디어파사드가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달빛 아래 정자에 은은한 조명이 비친다면, 그야말로 ‘밤의 예술’이 될 것이다.

월류봉의 또 다른 매력은 ‘둘레길’이다. 이름하여 달과 함께 걷는 길. 여울소리길, 산새소리길, 풍경소리길, 이름만으로도 이미 시 한 편이 된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반야사(般若寺)를 만날 수 있는데, 잠시 들러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공간은 없다. 석천이 졸졸 흐르는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자연의 숨결이 들리고,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에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진다.

수묵 담채화 같은 멋진풍경 월류봉 둘레길


산책로는 왕복 2~3시간이 걸리는 코스이지만, 길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발걸음마다 풍경이 바뀌고, 고요한 숲길이 주는 위로가 여행의 피로를 잊게 만든다. 다만, 제대로 즐기려면 트레킹화를 꼭 챙겨야 한다. 이곳의 길은 산책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명상’이다.

이곳은 한천팔경(寒川八景) 으로도 불린다. 우암 송시열 선생이 머물던 한천정사를 중심으로 펼쳐진 여덟 가지 절경인 월류봉, 한천정사, 초강천, 백사장, 월야, 용암정, 백화산, 석천계곡 등 각각의 이름 속에 자연과 인간, 역사와 사색이 어우러져 있다. 그중에서도 월류봉은 이 팔경의 심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끝없이 펼처지는 산책로


월류봉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그것은 ‘쉼’이라는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영동군이라는 고장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마음을 느릿하게 만든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이곳을 찾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을 다시 찾는 일이다.

달이 머무는 봉우리 아래서, 사람은 잠시 세상을 내려놓는다. 소란했던 생각이 고요히 가라앉고, 자연이 건네는 말 없는 위로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 순간, 비로소 깨닫는다. ‘쉼이란, 멈춤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임을.

둘레길속에 펼처진 하트 섬


그래서 월류봉은 한 번 다녀온 사람도 다시 찾는다. 풍경은 늘 같지만, 마음은 매번 다르게 머문다. 충북 영동의 월류봉, 그곳은 달이 머무는 산이자, 마음이 쉬어가는 산이다.

월류봉 아래 맑고 고운 초강천 물줄기를 가로지르는 징검다리를 걷고 있는 필자


발행인겸 필자 김명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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