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지휘자 메켈레와 발맞춘 RCO의 역동성…객석도 숨죽였다
5일 예술의전당서 버르토크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선보여
키릴 게르스타인 협연…섬세한 연주로 몰입감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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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 [한국경제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포디움에서 발을 구르며 큰 동작으로 지시를 보내는 젊은 지휘자의 모습에 웅장한 금관악기 소리는 한층 기세를 높였다. 명문 악단의 유려한 현악기 선율은 지휘자의 동작과 동작을 이어주며 디테일을 더했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는 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버르토크의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며 이처럼 인상적인 호흡을 뽐냈다.
RCO는 1888년 창단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 악단이다. 1996년생인 메켈레는 20대의 나이로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과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를 이끌며 스타 반열에 오른 지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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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마치고 인사 나누는 클라우스 메켈레 [한국경제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공연은 2027년부터 RCO의 상임 지휘자 임기를 수행하는 메켈레가 클래식 팬들에게 악단과의 합을 미리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메켈레는 현악과 관악을 포함한 모든 악기군이 개성을 드러내야 하는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을 선택해 역동성을 살렸다.
2악장에서는 스네어 드럼 연주에 맞춰 바순, 오보에, 플루트 등의 관악기가 차례로 독주를 선보이며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후반부 관악과 현악이 몰아치는 듯한 빠르기로 클라이맥스를 향해 연주를 이어가자 객석은 숨을 죽였다.
메켈레는 지휘봉을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거나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 등으로 악단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공연 시작 전 단정히 빗어넘겼던 그의 앞머리는 열정적인 몸짓에 어느새 눈썹까지 흘러내린 상태였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들은 곧장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메켈레가 단원들을 한 사람씩 일으켜 세우며 관객의 환호를 유도하자, 단원들도 메켈레를 향해 발을 구르며 지휘자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메켈레와 RCO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헝가리 만세 폴카'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했다. 메켈레는 빠른 박자의 곡으로 모두의 흥을 끌어내며 축제와 같은 분위기에서 공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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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인사하는 메켈레(왼쪽부터)와 협연자 키릴 게르스타인 [한국경제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부에서는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의 협연으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게르스타인은 1악장에서 시종일관 절제되고 유려한 연주를 들려주며 천천히 감정을 고조시켜 갔다. 이 때문에 악단이 에너지를 분출하는 구간에서는 서로의 합이 어긋난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게르스타인과 RCO는 빠르기가 느려지는 2악장에서 마치 숨을 고르듯 연주의 템포를 조절하며 합을 맞춰나갔다. 2악장 말미 게르스타인의 섬세하고 여린 연주에 따라 악단도 음량을 줄여가다 끝내 살포시 연주를 마치는 장면은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RCO와 메켈레는 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무대에 오른 데 이어 9일에는 부산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양일 모두 프로그램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과 말러 교향곡 5번으로 동일하며 협연자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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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O 연주회 공연 사진 [한국경제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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