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열풍이 계속 이어질까?" 이 질문은 지난 몇 년간 수많은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화두였다. 한때는 '광기(FOMO)'와 '투기 심리'의 대명사였던 이 현상이, 이제는 금융 시스템의 근본을 뒤흔드는 '제도화된 혁명'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순히 가격 급등을 쫓는 '묻지마 투자' 시대는 분명 저물고 있다.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기관의 자금력, 기술의 확장성, 그리고 규제의 명확성이라는 묵직한 동력들이다. 가상자산은 이제 뜨거운 열기를 유지하되, 그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며 장기적인 생존력을 증명해야 하는 핵심 시험대에 올라 있다.

- 월스트리트의 '인정'과 제도권 합류

가상자산 열풍이 지속 가능한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월스트리트'의 인정이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승인은 가상자산 역사에서 일종의 '성인식'이었다. ETF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전통 금융계의 거물들이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안전하고 규제된 틀 안에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관문이 되었다. 이는 시장의 기반을 과거처럼 소수의 고래(Whale)나 개인 투자자의 심리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구조에서, 글로벌 기관의 안정적인 자금 유입 구조로 전환시키고 있다.

가상자산은 더 이상 '대안적인' 투자처가 아니라, 공식적인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 기술의 진화, '돈'을 넘어 '효용'

초기의 가상자산이 단순한 '디지털 화폐' 역할에 집중했다면, 현재의 열풍은 블록체인 기술의 근본적인 효용(Utility) 확장에서 에너지를 얻고 있다. 부동산, 예술품, 심지어 탄소배출권까지 현실 세계의 가치를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 가능하게 만드는 실물연계자산(RWA:Real World Asset)는 전통 금융과 디파이(DeFi:탈중앙화된 금융)를 연결하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이더리움 등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레이어 2 솔루션의 진화는 가상자산 네트워크의 속도와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실생활에서의 사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가상자산이 단지 사고파는 투기 상품이 아니라, 금융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인프라라는 본질을 증명하고 있다.

- 규제와 변동성이라는 '위험 구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시장이 넘어야 할 위험 구간은 명확하다. 우선 규제의 불확실성이다. 현물 ETF가 기관의 길을 열어주었다면, 이제는 이용자 보호, 시장 건전성 확보, 세금 문제 등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통일된 규제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가상자산법 제정 방향과 시행 여부는 시장의 단기적 흐름과 장기적 생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음으로 여전한 높은 변동성이다. 제도권 편입에도 불구하고, 특히 비트코인 외의 알트코인 시장은 여전히 투기 심리에 민감하며 대규모 유동성 이탈 시 급격한 하락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 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가상자산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묻지마 상승장'과는 다를 것이다. 이제는 건전한 기술과 명확한 규제라는 두 축 위에서 움직이는 '선별적 성장 시대'다.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냉철한 분석 능력이다. 단순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이 어떤 문제점을 해결하고,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분석하는 '성숙한 투자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가상자산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제도화된 혁명'을 어떻게 포용하고, 우리의 금융 시스템과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증대시키는가에 대한 국가적, 개인적 대응 뿐이다.


김창권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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