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현지 누나 인사청탁 논란'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엄중 경고' 조치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기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과연 이 사안이 구두 혹은 서면상의 경고 한 마디로 매듭지어질 일인가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공정과 정의의 기준에서 다시금 따져봐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이 무너진 자리
인사는 조직의 기틀이자, 구성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보상받을 것이라는 신뢰의 핵심이다. 혈연이나 지연을 이용한 청탁은 단순히 한 사람의 자리를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정당한 절차를 믿고 노력해 온 다른 지원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구조적 폭력'이다. 이러한 행위가 밝혀졌을 때 조직이 취하는 조치의 수위는 그 조직이 공정성을 얼마나 엄중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된다. 단순히 청탁이 실제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혹은 친분 관계에 의한 단순 부탁이었다는 변명으로 '엄중 경고'에 그치는 것은 가해자에게는 '면죄부'를, 피해 대중에게는 '무력감'을 줄 뿐이다.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제 식구 감싸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제정 이후 우리 사회는 공직 사회와 공공기관의 청탁에 대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요구하고 있다. 대중은 더 이상 '좋게 좋게' 넘어가는 구시대적 관행을 용납하지 않는다. 엄중 경고는 징계의 수준에서 볼 때 사실상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 중 하나다. 사실상 구체적인 불이익이 없는 이러한 조처를 두고 국민들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청탁의 구체성, 압력을 받은 당사자의 처지, 조직 내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납득할 만한 수준의 일벌백계가 따르지 않는다면 공정에 대한 신뢰는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

투명한 조사와 합당한 책임이 필요하다

사건의 마무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어떤 내용의 청탁이 있었는지, 그것이 실제 인사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규정에 따른 합당한 징계가 이루어져야지, 여론을 의식해 서둘러 '엄중 경고'라는 형용사뿐인 조치로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공정은 말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것이다.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해당 조직의 '공정'에 대한 진정성이 판가름 날 것이다.

김창권 大記者


(본 칼럼은 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조중동e뉴스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합니다. 본 칼럼이 열린 논의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정치관련 칼럼의 경우에는 본 칼럼은 조중동 e뉴스 의견과는 별개의 견해입니다"

<저작권자(c) 조중동e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