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관에서 보는 일반영화…"극장은 억지로, 관객도 납득 못 해"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 4DX·IMAX 등 특별관에도 똑같이 적용
영화계 "스크린쿼터제 취지엔 공감…상영관 대신 극장이 기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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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DX 특별관 [CJ CGV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하정우 감독의 신작 '윗집 사람들'을 예매하기 위해 극장 사이트에 들어가면 뜻밖의 광경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디지털 상영 포맷으로 제작된 코미디 영화가, 4DX관과 IMAX관 등 특별관에 심심치 않게 편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엔 국내 극장에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규정한 스크린쿼터제가 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극장은 연간 상영일의 5분의 1 이상 한국 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휴일 없이 365일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1년 중 73일간이 의무 상영일로 정해져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의무 상영일은 극장 기준이 아니라 상영관별로 집계된다. 4DX나 IMAX 등 특별관 포맷으로 제작된 한국 영화가 충분하지 않은 때에는 일수를 채우기 위해 특별관에서도 일반 영화를 상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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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윗집 사람들' 예매 페이지 [CJ CGV 애플리케이션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CGV 용산아이파크몰의 4DX관은 올해 한국영화 상영 일수가 62일로, 5일을 더 채워야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올 초부터 영화 '승부'와 '야당', '악마가 이사왔다' 등 일반 디지털 영화들을 틀면서 상영일을 채워왔지만, 연말까지 채워야 하는 '숙제'가 여전히 남은 것이다.
특히 오는 17일 개봉하는 '아바타: 불과 재'가 영화 특성상 4DX 상영일이 많아질 것을 고려하면 아바타 개봉일 전에 한국 영화 상영일을 미리 채워놔야 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에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고객들도 특별관 포맷에 맞지 않는 영화를 특별관에서 봐야 하는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4DX 상영관의 경우 특수 장비가 들어간 모션체어가 배치돼 있는데, 특수효과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 영화를 상영할 땐 오히려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스크린쿼터 제도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상영 일수 기준을 상영관이 아닌 극장으로만 변경해도 극장과 관객 모두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관객 입장에서도 '주토피아 2'나 '위키드: 포 굿', '극장판 주술회전: 시부야사변X사멸회유' 등 현재 4DX 포맷으로 상영 중인 영화들을 원하는 상영관에서 볼 기회가 줄어드는 일이기도 하다.
올해 흥행한 'F1: 더 무비'나 '귀멸의 칼날:무한성편' 팬들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스크린쿼터제가 아니었다면 가까운 영화관 특별관에서 'N차 관람'을 더 이어갈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을 토로한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도 "극장 입장에서도 한국 영화를 억지로 트는 경우가 있고, 관객들도 특별관 포맷이 아닌 한국 영화를 굳이 특별관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스크린쿼터제의 실효성을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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