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사태는 플랫폼의 자정 능력을 둘러싼 뼈아픈 경고"라고 말하는 필자(우측 세번째)


- 플랫폼 시대,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최근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한국 사회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게 요구해야 할 ‘책임의 기준’을 다시 설정하라는 거대한 경고문이다. 이 사건은 기술적 실패를 넘어 기업 윤리·정부 규제·소비자 권익 체계 전반을 흔들어 놓고 있다.

플랫폼의 자정 능력을 둘러싼 뼈아픈 경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쿠팡에 대해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 조치를 넘어, 국내 모든 플랫폼 기업에게 보내는 최고 수위의 경고라 할 수 있다.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실질적으로 지탱하는 기업이,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유출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관리 체계의 근본적 실패’이자, 기업 내부의 자정 능력이 마비되어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업정지 카드는 결국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잃은 플랫폼은 시장에 존재할 자격이 없다.” 이것은 단지 쿠팡만을 향한 것이 아니다. 보안과 윤리는 더 이상 성장을 위한 발목이 아니라,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임을 업계 전체가 다시 각인해야 한다.

소비자 권익 보호의 새로운 지평이 열릴 단초가 되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실제로 적용될 가능성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유출 사건에서 피해자 1인당 배상액은 10만 원 내외에 불과했고, 기업들은 이를 사실상 ‘비용’으로 취급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다르다. 피해 규모는 수천만 명, 배상액은 최대 수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 기업의 생존까지 흔들릴 수준이다. 만약 법원이 쿠팡의 책임을 중대한 과실로 판단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실질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한국 소비자 보호 체계에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명확히 남길 것이다.

“보안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소홀함의 대가는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존폐’다.”

신뢰를 회복하는 단 하나의 길은 보안혁신을 약속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에 아주 단순한 진리를 다시 일깨우고 있다. 데이터는 곧 고객의 신뢰이며, 신뢰는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비싼 자산이다. 정부는 강력한 제재를 통해 플랫폼 기업에게 책임의 무게를 상기시켜야 한다. 국회는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를 더욱 촘촘하게 보완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신뢰 회복의 책임은 쿠팡 자신에게 있다. 쿠팡이 이 위기를 넘기고 다시 고객 앞에 서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다.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회사의 미래 5년을 걸고 전면적이고 기본부터 다시 짜는 수준의 보안혁신을 약속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사과의 진정성은 기술에서 드러나고, 투명성에서 입증된다. 이번 사태에서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히 금전적 피해 때문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최소한이어야 할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배신감 때문이다. 쿠팡 사태가 한국 플랫폼 산업 전체의 윤리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책임을 묻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통해 우리는 더 단단한 디지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임희윤 GRC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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